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 (수프라, 주마, 카루셀놀이공원)

블라디보스토크 아르바트 거리를 지나 바다를 마주하면 해양공원이 시작됩니다. 이곳은 정식 명칭을 찾기 어려운 공원으로, 구글 맵에는 'Skver Vozle Fontana Na Naberezhnoy(나베레즈나야 분수 근처 광장)'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 편의상 '해양공원'이라 부르며, 이 안에는 레스토랑 수프라СУПРА, 작은 놀이동산인 카루셀놀이공원Парк аттракционов КАРУСЕЛЬ, 그리고 주마 레스토랑Zuma Restaurant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해양공원의 핵심 명소들을 실제 방문 경험과 함께 상세히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수프라(СУПРА): 조지아 전통의 맛을 경험하다
레스토랑 수프라СУПРА는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하얀 글자 간판의 조지아 음식 전문점입니다. '수프라'는 조지아어로 식탁보를 뜻하며, 이 식당은 조지아საქართველო에서 직접 가져온 소품들로 내부를 장식하여 현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워낙 인기가 높아 예약이 필수라는 정보를 접했지만,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없어 현장에서 줄을 서기로 결정했고 다행히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보며 주문한 음식들은 조지아 전통 요리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꼬치구이 종류인 샤슬릭Шашлык을 닭고기와 돼지고기로 주문했고, 감자 케밥Кебаб도 함께 시켰습니다. 메뉴판에는 영어로 'Mangal'이라고 표기되어 있었지만 한국어 설명에는 샤슬릭으로 표기되어 있어 케밥의 일종으로 추정됩니다. 이 음식들은 화로에서 직접 구워져 나오는데, 1층 오픈형 주방에서 미남미녀 직원들이 불 위에서 정성스럽게 조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조지아식 만두인 힌칼리ხინკალი는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여러 고기를 넣은 힌칼리Хинкали с телятиной и с вининой와 송아지를 넣어 튀긴 힌칼리Хинкали жареные с телят иной를 주문했는데, 외형은 우리나라 만두와 유사하지만 피의 두께와 육즙의 풍부함이 차별화됩니다. 그리고 아자르식 하차푸리აჭარული ხაჭაპურ Хачапури по-аджарски는 배 모양의 빵 그릇에 녹인 치즈와 달걀노른자를 넣은 요리로, 주전자 같기도 한 독특한 외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음식을 보며 빠네 파스타의 기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주얼과 맛이 독창적이었습니다. 수프라 다크맥주와 음료까지 곁들인 식사는 조지아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으며, 예약 없이도 입장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했습니다.



주마 레스토랑: Zen한 분위기 속 킹크랩의 재발견
해양공원의 수족관을 향해 걷던 중 구글 지도에 저장해둔 주마Zuma Restaurant가 근처에 있다는 알림을 받았습니다. 이틀 전 SVOY fêe에서 킹크랩을 맛본 후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던 계획이 떠올라, 망설임 없이 주마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주마는 16세기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요리사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화를 메뉴판에 한글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성직자들이 신에게 선물로 드릴 정도로 훌륭한 요리를 만들었던 주마와 라자의 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식당의 정체성을 대변합니다.

식당 내부는 SVOY fêe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화려하고 현대적이었습니다. 15톤짜리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바 테이블은 크레인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처럼 웅장했고, 타이 여자 인형 '아이', 금빛 잉어, 앙코르와트 조각 등이 Zen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높은 천장과 어두운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한국인 지배인께서 직접 맞이하고 주문까지 도와주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2kg짜리 살아있는 킹크랩을 직원이 직접 들고 와서 기념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함께 주문한 마늘종 관자는 웍 쇼크 스타일로 조리되어 먼저 나왔는데, 공깃밥과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케탄으로 보이는 게살 샐러드도 신선함이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메인인 킹크랩이 나왔을 때, 이틀 전 SVOY fêe에서 먹었던 그 강렬한 맛이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요리 후 식혀서 제공한다는 주마의 방식이 원인인지, 크기가 절반 정도로 작아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내 역시 같은 의견이었고, 10% 서비스 차지까지 포함된 계산서를 받으며 기대에 못 미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분위기와 서비스는 훌륭했지만, 맛의 측면에서는 SVOY fêe가 더 우수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카루셀놀이공원과 이고르 체르니고프스키 성당: 해양공원의 숨은 보석들
해양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대관람차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치형 문을 통과하면 어린이 놀이공원Детский Парк Развлечений인 카루셀놀이공원Парк аттракционов КАРУСЕЛЬ이 나타납니다. 입구 옆에는 조랑말이 있어 유료로 탑승할 수 있지만, 동물복지를 생각하면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입장료가 없어서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었고, 가장 먼저 강렬한 원색의 대관람차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대관람차는 접시 모양의 구조로 벽면이 없어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입니다. 영화에서나 봤던 이런 구조는 실물로 보니 더욱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범퍼카 대신 범퍼보트가 있어 '역시 노는 물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뜰채로 무언가를 잡는 놀이기구 등 오밀조밀한 시설들이 작지만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회전목마를 보며 어릴 적 동네에 오던 리어카 위의 작은 회전목마가 떠올랐는데, 이곳의 시설은 그것보다 훨씬 컸지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해양공원 주변에는 이고르 체르니고프스키 성당Храм Св. Благоверного Князя Игоря Черниговского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러시아 정교회 사원으로만 알고 방문했지만, 이곳은 전사한 군인을 추모하는 어머니 동상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양팔을 벌린 어머니 동상이 정면에 보이지만, 꼭대기의 십자가를 기준으로 하면 정면이 아닌 측면입니다. 왼쪽으로 돌아가니 진짜 입구가 나타났고, 그제야 십자가가 제대로 보였습니다. 성인 이고르 체르니고프스키에게 바쳐진 이 성당은 연해주의 역사와 추모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조지아 전통 음식, 현대적인 다이닝 경험,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원, 그리고 역사적 성당까지 다양한 요소를 품고 있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수프라에서의 만족스러운 식사, 주마에서의 아쉬웠던 킹크랩, 카루셀놀이공원의 향수, 그리고 이고르 체르니고프스키 성당의 역사성까지, 이 모든 경험이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수프라의 맛은 다시 방문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으며, SVOY fêe의 킹크랩이 주마보다 우수했다는 비교 경험은 향후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