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나자

2017년, 올해의 여름 여행은 어디로 갈 것인지 아내가 물었다. 나는 여름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위를 많이 타기도 하고, 물도 무서워해서 여름에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아내도 그런 나를 잘 알고 있지만 작년 가을에 태어난 딸아이가 36개월이 되기 전에 여권에 도장을 많이 찍어주고 싶다고 한다. 아내의 물음에 얼마 전에 본 여행 글이 떠올랐다. 기억나는 것은 우리나라 항공사가 아니고, 그 러시아의 저가 항공(우리나라에는 이 저가 항공만 들어와 있다.)을 이용하면 북한 상공을 지나간다는 부분만 기억나는 곳이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지 뭐” 깊은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에 우리는 항공권 구입과 숙소 예약, 아이 여권 만드는 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7월 22일, 아이가 태어난 지 딱 280일 되는 날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로 날아갔다.
영아를 동반한 여행, 숙소 고르기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란 여행지는 생각할수록 잘 고른 것 같다. 한국보다는 살짝 시원할 테고, 아주 크지 않은 도시로 9개월의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에 좋을 것 같았다. 여행지와 숙소를 알아보다 보니 약 1년 여전부터 여기저기 방송에 나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몇몇 블로그를 통해서 접한 그곳은 벌써 소박함을 잊어가고, 여행지다움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글도 보였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케너Sky Scanner를 통해 S7 항공사를 선택, 구매했다. 이제 우리 가족은 북한 영공을 날아갈 것이다. 아이 여권 만들기도 척척 진행했다. 일사천리!
여행 준비 중 가장 고심한 부분은 숙소다. 영아인 딸아이에게 침대는 살짝 위험할 수 있어서 바닥을 기어다닐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호텔을 알아보기보다는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주택을 알아보기로 하고 골랐다. 숙소를 구하는 기준이 하나 더 있었다. 최대한 가려고 하는 관광지와 가까운 곳을 찾기로 했다. 돌아다니다가 식사, 배변 후 처리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숙소로 돌아올 수 있게 말이다. 숙소를 알아보다가 우리의 요구가 하나 더 늘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알아보니, 에어컨이 없는 숙소가 꽤 많았다. 아무리 위도가 높은 곳이라도 여름은 여름이니 에어컨은 있어야 했다.
선택한 곳은 위의 조건에 모두 만족하는 곳이다. 냉장고 문에 곰팡이가 있던 게 유일한 불만이었지만 카펫과 침대가 모두 있는 아파트를 예약했다. 특히, 해양공원 출구와 아르바트 거리 입구가 맞닿은 곳에 있어 조사한 식당과 여행지 대부분을 걸어 다닐 수도 있는 곳이었다. 다행히 여행 기간 아이의 상태가 좋아서 계획했던 모든 곳을 볼 수 있었다.

예약하고 결재를 마치니, 호스트에게 문자가 왔다. 영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비용을 조금 더 주면 공항에서 숙소까지 데려오기까지 한다고 했다. 고민 없이 승낙했다.
결전의 날. 출국
출국 날이다. 아이를 데리고 공항을 방법에 대해 고민이 필요했다. 집 근처에 공항버스 정거장이 있긴 하지만 보호 시트를 가지고 다닐 수도 없었다. 차를 가지고 가서 장기 주차하자니 돈이 아깝다. 그래서 9개월짜리 딸아이는 아빠의 품에 안겨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공항철도에 비행기까지 택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었다. 기억이나 하려나?
공항에는 적당히 많은 승객이 있었고,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어렵지 않게 탑승했다. 기내에서 아이가 울 것을 대비해서 말린 고구마를 준비했다. 다행히 도착할 때까지 울지 않았다.
성인 요금의 5% 정도 냈기에 좌석을 산 거로 생각했다. 정 안되면 넓은 자리에 배정할 줄 알았다. 좌석에 붙어있지 않은 벨트를 하나 준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내 벨트에 연결해서 아이에게 채우라고 한다. 아… 당시에는 저가 항공이라서 그런가 했다. 나중에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제주도 갈 때 보니, 대한항공에서는 저 벨트조차 주지 않고는 안고 가라고 했다. 저가 항공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다행히 딸아인 비행 동안 울지 않았고, 말린 고구마를 먹다 자거나, 뒷좌석 젊은 커플들과 시시덕거리며 비행을 즐겼다. 고맙다. 땀자야!

이번에 geotracking app을 바꿨는데 비행 중 GPS를 잘 기록하지 못해, 북한으로 날아간 괘적이 저장되지 않았다. 아쉽다.
허전한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딸아이와의 첫 비행은 순조로웠고, 우리를 태운 비행기는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 잘 도착했다. 휑~ 공항에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 승객과 승무원밖에 없는 것 같다. 상점은 많지 않고, 그나마도 문 닫은 곳이 있다.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우리는 마지막으로 입국심사를 받았다. 짐을 찾기 위해서 수화물이 있는 곳으로 가니, 공항 직원이 우리 짐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젠 현지 USIM을 구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4~5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는데, 7시간 넘은 시간임에도 다행히 2곳 모두 영업 중이었다. 구입한 USIM을 아이패드에 넣어 확인하고는 숙소 호스트에게 메신저로 연락했다. 도착했노라고.
우리가 나온 공항은 오늘 마지막 비행기였는지, 직원들이 모두 사라졌다.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 봤는데, 몇 가지 있다. 공항버스와 택시,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차 등 방법이다. 다른 여행기를 검색해 보면, 국제공항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와 기차는 시간표대로 운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버스라 불리는 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작고, 승합차보다는 큰 그런 차량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 계획은 택시를 이용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다행히 숙소 호스트가 먼저 연락해 와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 정식 여객 수단이 아녀서 잠시 고민했지만, 흥정까지 해서 싸게 탔다는 다른 여행객을 글에서 본 금액보다 싼 금액이어서 바로 승낙했다. 현지 USIM을 끼우고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니, 어려 보이는 여성이 자신과 차, 현재 위치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주차장으로 찾아간 우리는 인사와 짐을 실은 후 숙소로 향했다. 오래된 혼다 차량인데 에어컨이 없었다. 이 젊은 여성이 틀어놓은 음악을 함께 들으며 숙소로 왔다.

7월 말 블라디보스토크의 하늘은 푸르르지만 대기가 살짝 탁한 느낌이고, 온도는 선선했다. 차 창밖 풍경은 우리나라 시골 도로와 같다. 멀리는 공장 굴뚝이 보이지만 도로 옆은 바로 논, 밭. 막힘없이 달리던 차는 숙소 근처에 도달하니 막히기 시작한다. 운전하던 여성이 러시아어로 뭐라고 하는데, 아마 다 왔는데 막히고 있다. 이런 의미라고 내 멋대로 이해한다.
숙소에 도착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몇 군데 맘에 드는 숙소가 있었다. 특히 독립건물에 벽난로도 있고, 가구도 고풍스러운 곳이 아내와 내가 마음에 들었다. 그곳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바닥이 대리석으로 보여서 아이가 기어다니기에 차가울 것 같고, 에어컨이 없었다.

호스트의 소개로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데려다준 여성분은 우리를 집까지 안내했다. 우선 아파트 입구도 열쇠로 열고 들어와야 하고, 로비에 들어서면 경비원도 있었다. 우리 숙소 옆집에는 어린아이가 있는 현지인이 살고 있는 집이다.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실에는 세탁기 2대와 건조기도 1대, 다리미까지 있었다. 사람이 거주하는 아파트라고 하는데, 세탁실이 공용으로 있는 게 특이하다. 공용공간 설명을 마치고는 숙소로 들어와서는 화장실, 주방,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 사용법 등 굳이 설명할 필요 없는 것을 설명해 줬다. 맞다. 아직 아이가 이유식을 먹어서, 전자레인지가 있는 것도 숙소 결정하는데 역활을 했다. 여성분은 나갔다가 잠시 후 돌아왔다. 두 손에 엄청난 양의 수건을 들고서 말이다. 4박 5일간 3인이 쓸 수건을 한꺼번에 전해줬다.


숙소는 마음에 들었다. 냉장고 문, 고무 패킹 부분에 곰팡이가 있는 것 빼고는 말이다. 살짝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더 있긴 했다. 화장실 환기가 잘 안된다. 하지만 화장실의 불을 계속 틀어놨다. 불을 켜야 환풍기가 계속 동작했다. 외출 시에는 문을 계속 열어놓고, 창문도 열어놓고 다녀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화장실에 생소한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수건걸이 부분에 스위치가 있다. 한번 켜보니 수건걸이가 따뜻해진다. 아마 수건 건조 목적의 장치인 듯하다.
일단 아내는 곰팡이를 닦고 나는 마트에 가서 저녁거리를 사 왔다. 인버터 방식의 레인지와 전자레인지, 각종 그릇과 냄비, 수저와 포크, 다양한 잔까지 모두 준비돼 있어서 몇 번의 엄청난 외식(킹크랩이라고 들어봤나?)을 제외하고는 마트에서 구입한 레토르트 식품Retort food과 술, 라면과 햇반 등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귀국 2일 전 또 문자가 왔다. 혹시 돌아갈 때도 배웅해 줄까? 올 때보다 더 싼 가격과 함께 문자가 왔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에어컨이 없이 지낼만 한가?
블라디보스토크의 평균 기온을 검색해 봤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가 가장 더운 시기인지도 궁금했다. 우리가 갔던 7월 말이 여름, 더운 시기는 맞기는 하다. 여름 평균 기온이 18도 정도라고 하니 심하게 더위를 타지 않는다면 에어컨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더위를 엄청나게 타는 나와 딸아이도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잠깐 키고는 거의 켜지 않았다. 창문만 열어놔도 선선했다.
20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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