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서 성수까지, 10km 정원을 걷다

카메라를 들고 서울숲을 찾을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이 도시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기적 같다." 5월의 서울숲은 더 특별해졌다. 올해는 167개의 정원이 서울숲을 가득 채우고, 성수동과 한강을 거쳐 건대입구까지 약 10km의 녹색 선율이 이어진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분들, 그 해답이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있다.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어떤 행사인가요?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서울숲과 성수를 잇는 9만㎡ 규모에서 열리는 역대 최대 행사로, 최장 기간인 180일 동안 이어진다. 지난해 보라매공원에서 열렸던 박람회보다 면적이 4.5배나 넓어졌고, 2025년 보라매공원에서 165일간 1,044만 명이 방문하며 서울시 대표 '텐밀리언셀러' 행사로 자리잡은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올해는 그 규모를 한층 키운 것이다.

주제는 'Seoul, Green Culture', 그리고 부제는 '서울류(流)'다. 서울의 감성과 문화적 흐름을 정원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행사는 단순한 꽃구경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가 스스로를 재해석하는 거대한 예술 프로젝트에 가깝다.
📌 기본 정보
- 기간: 2026년 5월 1일(금) ~ 10월 27일(화), 180일간
- 장소: 서울숲 일대 (성동구 성수동) + 한강 둔치 + 성수동·건대입구 일대
- 규모: 9만㎡ / 총 167개 정원
- 공식 홈페이지: festival.seoul.go.kr/garden
- 입장료: 무료 (일부 프로그램 제외)
167개 정원, 무엇이 달라졌나
세계적인 거장들의 손길이 닿은 초청정원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해외 초청작가들의 작품이다. 프랑스 생투앙 대공원 등 대규모 도시 공공공간 프로젝트로 유명한 프랑스 조경가 앙리바바의 작품 '흐르는 숲 아래 정원'은 서울숲 잔디광장 동측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가의 눈으로 보자면, 빛의 결이 달라지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이 정원을 찾으면 전혀 다른 표정을 포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초청작가 이남진 조경가의 '기다림의 정원'은 성수수제화공원 안에 자리한다. 오래된 수제화 장인들의 골목을 품은 성수동 한켠에 조성된 이 정원은,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해온 내 시선과도 닮아 있다.
국제공모 작가정원. 한국·이탈리아·인도·중국이 한자리에
국제공모로 당선된 대한민국 2팀, 이탈리아, 인도, 중국 각 1팀의 작품정원은 모두 서울숲에 조성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정원 언어가 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광경, 그게 이 박람회의 진짜 묘미가 아닐까 싶다.
기부정원. 기업의 공간이 예술이 되다
서울숲역을 통해 공원에 들어서면 한국마사회가 조성한 '마중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정원은 서울숲이 1980년대 말까지 경마장으로 사용됐던 배경을 담고 있다.

단순한 기업 홍보 공간이 아니다. 세계적 정원 전시인 첼시플라워쇼에서 세 차례 금메달을 받은 황지해 작가가 호반건설과 함께 '왕관의 수줍음(Crown Shyness)'이라는 작품을 선보이고, HDC는 광고인 이제석 소장이 참여해 '숨쉬는 땅'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조성했다. 잔디광장 주변에서는 대우건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계룡건설, 호반건설과 SH가 참여한 세련된 정원을 볼 수 있다.
K-컬처 특화공간. 서울숲이 트렌디해졌다
연못 남측 순환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한 브랜드들이 정원의 언어로 말을 건넨다. 서울숲의 명소인 호숫가 주변에서는 무신사, 영풍문고, 카카오, 롯데월드, 농심, 클리오 등 K-컬처를 선도하는 기업이 만든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기념한 테마공원을 꾸몄고, 성수동에 사옥을 둔 K-뷰티 기업 클리오는 K-beauty Garden & Pavilion을 조성해 다양한 팝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수동의 상징인 붉은 벽돌을 활용한 무신사의 휴게형 정원도 놓치지 말자.
서울숲에서 성수·건대입구까지, 10km 선형 정원 산책
이번 박람회가 이전 행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무엇보다 정원박람회가 서울숲에 한정되지 않고 한강둔치까지 확대되고, 성수동을 거쳐 광진구까지 이어지는 약 10킬로미터(km) 구간을 선형정원으로 연결했다.
서울숲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해 한강 둔치, 성수동 골목, 건대입구까지 이어지는 이 산책로는 카메라를 든 사람에게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과 같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공업 지대였다가 카페와 쇼룸의 거리로 탈바꿈한 성수동, 그 변화의 기억을 품고 있는 골목 사이사이에 정원이 스며들어 있다는 게 이 루트의 매력이다.
관람을 더 풍성하게. 프로그램과 편의 정보
도슨트 투어와 9개 국어 QR 해설
9개 국어를 지원하는 QR 해설 시스템과 교통약자 맞춤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니, 외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하거나 어르신·장애인을 동반한 방문객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모바일 게임 '가든헌터스'
모바일 게임 '가든헌터스'를 통해 정원을 탐험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라면 이 보물찾기 게임을 활용해 정원 곳곳을 구석구석 누비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게임을 클리어하면 박람회 굿즈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챙겨볼 것.
편의시설과 지역 상생
서울시는 관람객 편의를 위해 공원 내 벤치와 의자를 총 4,620석 마련했다. 지난 박람회보다 2.1배 늘렸다. 발이 아프면 앉을 곳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푸드트럭은 지난해 대비 3배 규모인 5개 존 30대가 운영되고,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한 직거래 장터 '서로장터'도 열린다.
충남 태안과 함께하는 '정원문화 릴레이'
태안에서 시작된 원예·치유 콘셉트를 서울 도심으로 이어 전국 단위 정원 문화 확산을 도모한다는 구상으로, 서울시는 충청남도와 공식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숲 안에 '충남존'이 별도 조성되어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의 기업 정원도 함께 만날 수 있다. (태안 박람회는 안면도 꽃지해안공원에서 4월 25일~5월 24일까지 별도 운영)
내가 생각하는 방문 팁
나는 서울숲을 여러 계절에 걸쳐 찍어온 사람으로서, 몇 가지를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 이른 아침(7~9시): 인파가 없는 시간대, 낮은 각도의 빛이 정원의 질감을 살려준다.
- 평일 방문 권장: 주말은 서울숲 자체도 붐비는 편. 정원 사진을 찍으려면 평일이 훨씬 유리하다.
- 환승 없는 접근: 지하철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3·4번 출구, 또는 2호선 뚝섬역에서 도보 15분.
- 10월 가을 정원: 박람회는 10월 27일까지 이어진다. 단풍이 드는 가을 서울숲의 정원은 봄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니, 한 번으로 아쉬우면 가을에 다시 찾아봐도 좋다.
도시의 숨을 느끼는 180일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 Seoul International Garden Show 2026
Seoul, Green Culture, 2026. 5. 1. ~ 10. 27., 서울숲 일대(Seoul Forest)
www.seoul.go.kr
이번에 조성된 정원들로 인한 탄소흡수량은 연간 5,630톤으로 집계된다. 수치보다 중요한 건,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는 감각이다. 회색 콘크리트 위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도시 생활자들에게, 꽃 한 송이와 이끼 한 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하나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나는 카메라를 들고 이 도시를 걸으면서 그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5월의 서울숲은 지금, 세계를 담은 정원 167개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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