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집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이 있다. 약간 쾌쾌한 냄새, 김치국물 묻은 메뉴판, 끈적이는 식탁... 뭐 그런 것들.
언젠가 "청와옥"은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다. 고급스럽다고.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청담 근처에 일이 있어서 갔다가 일부러 본사직영점인 학동점으로 찾아갔다. 11시 조금 전에 도착해서인지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서는 순간 "어, 이거 순대국집 맞아?"
문 열고 들어가면 진짜 당황한다. 인테리어가 고급 냉면집 수준이다. 조명도 차분한 샹들리에, 자리 배치도 여유롭고, 냄새가... 없다. 순대국집 특유의 그 냄새 말이다. 진짜 하나도 안 난다.

직원분들도 친절하다. 주문할 때 이것저것 물어봐도 불편한 기색 없이 잘 설명해줬다. 이런 데서 밥 먹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주문 실수로 먼저 만난 오징어 숯불구이 (9,900원)

식탁위에 있는 키오스크를 이용, 편백정식 (순대국 + 수육 + 순대를 편백찜기에 쪄서 주는 세트), 그리고 오징어 숯불구이를 시켰다. 오징어 숯불구이가 먼저 나왔다. 편백정식이 시간이 걸려서일까? 함께 먹을 꺼라 생각했지만 오징어 숯불구이가 먼저 나왔다. 각 1병씩의 소주를 마셨음에도 편백정식이 나오지 않아서 확인하니, 주문이 수주와 오징어 숯불구이만 들어가 있었다. 타이밍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신의 한 수였다.

9,900원이라는 가격이 진짜 믿기지 않는다. 싱싱하고 탱탱한 오징어에 대파를 숯불에 구워서 내줬는데, 싱싱함, 양념, 양 어느 하나도 빠지는 게 없다. 결국 이거 하나로 두 명이서 소주 한 병씩을 비워버렸다. 안주로서 완벽하다는 뜻이다.
편백정식. 부쫀수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요즘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가 유행이란다. 나는 여기 청와옥에서 새로운 걸 발견했다. 부쫀수, 부드럽고 쫀득한 수육.

편백찜기가 먼저 나오고 바로 순대국이 따라 나온다. 찜기 안에는 수육이랑 순대가 담겨 있는데, 순대는 정갈하고 맛있고, 수육은... 진짜다. 부들부들하면서 쫀득한 식감. 어떻게 수육이 이럴 수가 있지 싶을 만큼 훌륭하다. 함께 쪄서 나오는 숙주와 함께 먹으면 아삭함까지 추가된다. 편백정식은 기본 순대국에 5,000원 추가인데, 이 수육이랑 순대 질을 보면 충분히 납득 간다. 가성비 아주 좋다.
청와옥 순대국. 휘젓기 전과 후가 다른 국
처음 국이 나왔을 때는 맑(?)다. 깨끗한 육향이 올라오는데, 맛을 보면 뭔가 내가 직접 만들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뭔가 좀 심심한 건가 싶기도 하고)

숟가락으로 휘저으면 바닥에 있던 빨간 양념이 퍼진다. 양념이 국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구조다. 이 국물맛도 괜찮다. 매운데, 막 매운 맛이 아니다. 먹고 나서 뒷맛으로 느끼함을 잡아주는 듯한 매콤함이 은근히 올라온다. 하지만, 국물 자체가 전혀 느끼하지 않아서 "이거 왜 넣은 거지?" 싶기도 하다. 먹다 보면 결국 다 맞는다.
1만원인데 이 정도면 압도적이다
요즘 사무실 근처 막 나오는 순대국도 1만원이다. 전문점 느낌도 없고, 청결함도 기대하기 어렵고, 그냥 때운다는 느낌.
청와옥은 같은 1만원인데 인테리어, 청결도, 친절한 직원, 순대국 냄새 제로, 그리고 맛까지 다 갖췄다.
여기 오면 욕심 한 번 내보자. 5,000원 더 써서 편백정식으로 먹는 거 진심으로 추천한다. 청와옥 학동점,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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