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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행 Asia

오타루 여행기 (미슐랭 1스타 이세스시, 히카리 커피숍, 운하지구)

by 꿈고미 2026. 2. 9.

2014년 10월 홋카이도 여행 중 삿포로에서 오타루로 향하는 여정은 예상치 못한 변수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JR 홋카이도 레일패스를 활용해 오타루를 경유해 하코다테로 가려던 계획은 노선 문제로 수정되어야 했지만, 오히려 이 작은 항구도시에서 미슐랭 1스타 스시와 83년 역사의 다방을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습니다. 연착으로 인해 자유석에 서서 가야 했던 40분간의 열차 여행, 갑작스러운 우박과 눈을 맞으며 걸었던 운하지구, 그리고 예약 없이 들어간 이세스시에서의 특별한 경험까지, 오타루는 계획에 없던 여행지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되었습니다.

오타루역 小樽駅
오타루역 小樽駅

이세스시伊勢鮨, 미슐랭 1스타 스시의 진수를 경험하다

오타루 운하지구를 지나 도착한 이세스시는 외관만으로는 미슐랭가이드 1 스타 레스토랑임을 짐작하기 어려운 소박한 모습이었습니다. 작은 가게 같은 입구를 지나 들어가니 다찌라고 불리는 카운터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고, 오전 11시라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이미 젊은 일본인 커플이 식사 중이었습니다. 10분이 지나자 가게는 빈자리 없이 만석이 되었는데, 이는 이곳이 예약 없이 방문하면 먹기 힘든 명소라는 후일담을 뒷받침합니다.

이세스시 매장 입구
밖에선 어딜 봐도 미슐랭가이드 1스타 집 같지 않다.

도산쎄또를 주문하자 요리사는 간장을 찍지 말라는 안내와 함께 스시를 한 개씩 제공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스시를 만들기 전 한글 발음이 적힌 메모를 확인하러 옆 공간으로 이동했다가 돌아와 네타ネタ(횟감)의 종류를 한국어로 알려주었다는 것입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시를 만들기 전 네타를 조금 잘라 직접 먹어보고, 알도 맛본 후 스시를 완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것이 신선도 확인인지, 간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안심하고 먹으라는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장인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3분이서 스시를 만들어서 줬다. 왼쪽 요리사가 나와 옆자리 할아버지를 담당했던 분이다.

네타가 짠 것은 그대로, 간이 필요한 것은 간장이나 소스를 직접 발라서 내주었는데, 싱싱한 횟감과 적당한 간, 탱글탱글하고 꼬들꼬들한 샤리シャリ의 조화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스시와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움을 전했습니다. 미슐랭 스타는 레드 가이드에서 세 가지 별점으로 레스토랑을 평가하는데, 1 Star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을 의미하며 2016년 11월 기준 전 세계에 2,173개가 있었습니다. 평일 낮이라는 타이밍 덕분에 줄 서지 않고 운 좋게 입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여행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대하고 방문한 식당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는다는 것은 여행자에게 더없는 기쁨입니다.

히카리 ひかり 光, 1933년부터 이어진 시간의 향기

이세스시에서 나와 큰길로 향하니 맞은편에 큰 시장이 보였고, 관광안내지도에서 발견한 쇼와昭和しょうわ 8년(1933년) 개업한 커피숍 히카리光 ひかり를 찾아갔습니다. 식후 커피를 마시며 남은 코스를 정리하려는 의도였지만, 이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소였습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빛 광(光)자를 찾으면 히카리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붉은 벽돌과 오래된 창틀에서 풍기는 세월의 흔적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히카리 ひかり 光 매장 입구

다방 이름처럼 랜턴과 방향키가 곳곳에 배치되어 "빛"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했습니다. 이 커피숍은 시장보다 오래되었지만, 건물은 전혀 손대지 않은 상태로 시장이 지어지고 리모델링되었다고 합니다. 시장현대화 과정에서도 구조 변경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일본 문화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입구에서 사진 촬영을 하자 주인께서 정중히 사진 촬영을 삼가 달라 요청하셨지만, 이미 찍은 사진은 지우지 않으셨습니다. 전화기를 진동모드로 하고 몇 장을 몰래 담았는데, 다방 안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과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의 조화는 그 어떤 현대식 카페에서도 느낄 수 없는 운치를 선사했습니다.

히카리 ひかり 光 내부 모습
히카리 ひかり 光 내부 모습

두꺼운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며 시립 문학·미술관 관람 후 오타루 오르골 전시장을 들리고, 기찻길을 따라 오타루 역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계획했습니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문을 여니 경사진 지붕의 창을 통한 자연광이 복도를 비추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카페 내부보다 화장실 가는 길이 더 멋져 보일 정도로 채광이 훌륭했습니다. 일본 여행에서 이면도로나 주택가의 오래된 다방을 찾아가는 것은 특별한 즐거움인데, 히카리는 세월의 흔적을 일부러 만들거나 낡은 물건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시간을 온몸으로 맞은 진정성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두꺼운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며, 이후 일정을 잡아봅니다. 토스트는 역시 버터로 먹어야!!!

오타루 운하지구, 예상치 못한 첫눈과 함께한 풍경

오타루역에 도착했을 때는 100년이 넘은 역사답게 오래된 시설과 현대적인 시설이 오묘하게 공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손을 많이 본 듯했지만, 그것이 이질감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물품 보관함에 짐을 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역 밖으로 나오니 해가 쨍하게 빛났지만, 저 멀리 먹구름이 보였습니다. 물품 보관함을 다시 열고 우산을 꺼내려면 400엔을 더 써야 했기에, 내가 가는 쪽에는 먹구름이 없기를 바라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오타루운하 小樽運河

운하지구에 도착할 때쯤 하늘이 어두워지고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올겨울 첫눈이었습니다. 감질나게 살짝 오는가 싶더니 곧 우박과 비로 변했지만, 흩뿌리는 정도여서 계속 걸었습니다. 관광안내소에 들어가 도장을 찍고 안내도를 챙겼는데, 약도 형태로 축적 신뢰도는 낮았지만 유명 관광지가 표시되어 있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오타루의 운하지구 창고를 이용한 건물들이 비와 눈, 우박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운하를 따라 걷다 보니 공원 한켠에 동상도 있었고, 왼쪽에 보이는 배는 날씨가 좋으면 운행했을 것 같은 관광선이었습니다.

오타루는 이번 여행에서 계획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마일리지로 구한 항공권 때문에 하코다테에 바로 갈 수 없어 들리게 된 곳이었는데, 운하지구와 영화 '러브레터' 촬영지, 만화 '미스터 초밥왕' 주인공의 고향으로 초밥이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방문이었지만, 오타루는 오래된 것을 정비하면서도 그 본질을 유지하는 일본 여행의 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도시였습니다. 삿포로역에서 노선 변경으로 인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그 덕분에 오타루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짐을 모두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오타루는 계획에 없던 우연한 경유지였지만, 미슐랭 1스타 스시와 83년 전통의 다방, 그리고 첫눈이 내리는 운하지구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노선 변경으로 다시 삿포로를 거쳐 하코다테로 가야 했던 불편함도, 연착으로 자유석에 서서 가야 했던 40분도, 우산 없이 우박을 맞으며 걸었던 순간도 모두 여행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예약 없이 들어간 이세스시에서의 행운과 히카리에서 느낀 시간의 깊이는 계획된 여행에서는 얻기 어려운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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